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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코스프레는 끝났다" SNS '빈곤 챌린지' 뒤에 숨은 20대 우울증의 그림자

명품백 대신 '텅 빈 냉장고' 인증? 기괴한 유행이 말하는 청년 빈곤의 역설. 2025년 청년 우울증 환자 역대 최고치 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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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 13분 소요
텅 빈 냉장고와 라면 한 봉지를 찍은 SNS 사진, 그 뒤로 우울해 보이는 청년의 실루엣
Image: 실제 사진이 아닌 설명을 돕기 위한 이미지입니다.

명품백 대신 ‘텅 빈 냉장고’ 인증?… 기괴한 유행이 말하는 청년 빈곤의 역설

인스타그램 피드가 바뀌었습니다. 오마카세와 호캉스 사진이 사라진 자리에, 컵라면 하나를 두고 “오늘의 만찬, 참을 수 없는 빈곤”이라며 낄낄대는 숏폼 영상이 넘쳐납니다. 이것은 단순한 유머일까요, 아니면 구조적 절망의 비명일까요?

‘패션 빈곤’ vs ‘리얼 빈곤’: 모호해진 경계

일명 ‘빈곤 코어(Poverty Core)’ 룩. 찢어진 옷, 낡은 자취방 감성을 힙하게 소비하는 이 트렌드는 역설적으로 ‘진짜 가난’을 조롱한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2023년 유행했던 ‘거지방(절약 오픈채팅방)‘이 절약을 위한 연대였다면, 2025년의 ‘빈곤 챌린지’는 가난 그 자체를 패션 아이템처럼 전시하는 기이한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웃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 자조 섞인 유희

취재 결과, 이 챌린지에 참여하는 20대 중 상당수는 실제 경제적 곤궁함에 처해 있었습니다. 이들은 “가난을 숨길 수 없어 차라리 밈(Meme)으로 만들어 웃음거리로 소비해버리는 방어기제”를 작동시키고 있었습니다.

“비참하게 보이기 싫어서, 일부러 더 과장되게 가난을 연기하며 ‘이건 컨셉이야’라고 스스로를 속입니다.”

서울 관악구 고시촌에 거주하는 취준생 김 모씨(27)는 이렇게 털어놨습니다.

달라진 SNS 문법: 플렉스(Flex)의 종말 불과 2~3년 전만 해도 SNS는 성공과 부를 과시하는 ‘플렉스’의 장이었습니다. 하지만 고금리, 고물가, 취업난의 ‘3중고’가 장기화되면서 부의 과시는 ‘눈치 없는 짓’이 되었고, 오히려 결핍을 전시하는 것이 공감과 ‘좋아요’를 얻는 수단이 되었습니다. 이는 경제 불황이 청년들의 문화적 코드마저 바꿔놓았음을 시사합니다.

빈곤의 계급화: ‘진짜’는 SNS를 하지 않는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러한 챌린지조차 어느 정도 ‘문화 자본’이 있는 청년들의 전유물이라는 점입니다. 쪽방촌에서 하루 한 끼를 걱정하는 ‘절대적 빈곤’ 층 청년들은 스마트폰 데이터 요금조차 부담스러워 SNS에 접속하지 못합니다. 전문가들은 “SNS상의 빈곤 챌린지는 결국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중산층 탈락 위기 집단의 문화”라고 분석합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트렌드가 가난을 희화화하여 실제 빈곤층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강화한다고 우려합니다. “가난하면 저렇게 유쾌하게라도 살지”라는 식의 왜곡된 인식이 퍼지거나, 복지 수급자에 대한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는 혐오 정서로 번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데이터로 보는 절망: 2025년 청년 정신건강 보고서

2025년 청년층 우울증 진료 환자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N포 세대의 체념적 유희’라고 진단합니다. 노력해도 계층 이동이 불가능함을 깨달은 세대가, 자신의 비참한 현실을 ‘콘텐츠’로 만들어 ‘좋아요’라는 보상이라도 받으려 한다는 것입니다.

우울증 환자 100만 시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최신 통계에 따르면, 20대 우울증 진료 인원은 2020년 대비 80% 이상 급증하여 2025년 처음으로 4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전체 우울증 환자 중 2030 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육박합니다. 이는 우리 사회의 허리가 마음의 병으로 무너져 내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충격적인 지표입니다.

‘조용한 극단적 선택’의 증가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 고립 은둔 청년들의 ‘조용한 극단적 선택’ 시도입니다. 응급실 내원 데이터 분석 결과, 자해나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이송된 20대 환자가 전년 대비 15% 증가했습니다. 이들은 유서도, SNS상의 징후도 남기지 않은 채 조용히 삶을 놓아버리는 경향을 보입니다.

경제적 고통지수와 극단적 선택률의 상관관계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 체감실업률과 생활물가지수가 1%p 상승할 때마다 청년 극단적 선택률은 0.3%p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5년 한국의 청년 경제 고통지수는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경제적 절벽이 곧 생존의 절벽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신과 문턱이 낮아진 것은 긍정적이지만, 약물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강남 일대 정신과 의원들은 “시험 기간이나 취업 시즌이 되면 ‘집중 잘 되는 약(ADHD 치료제)‘이나 항불안제를 처방받으려는 청년들로 북새통을 이룬다”고 전합니다. 이는 근본적인 치유가 아닌, 당장의 고통을 마취시키는 미봉책에 불과합니다.

심리상담 인프라의 부족 정부가 ‘청년 마음건강 바우처’ 사업을 확대했지만, 수요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입니다. 유명 상담 센터는 예약 대기만 6개월이 걸리고, 바우처로 이용 가능한 상담소는 질적 편차가 큽니다. 청년들은 “마음이 아파도 돈이 없으면 제대로 된 상담조차 받을 수 없다”며 또 한 번 절망합니다.

‘갓생’의 배신: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 현실

몇 년 전까지 청년들을 지배했던 키워드는 ‘갓생(God+생, 부지런하고 모범적인 삶)‘이었습니다. 새벽 기상, 운동, 자격증 공부 등 치열하게 살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2025년, 갓생의 끝이 여전히 ‘비정규직’과 ‘월세살이’라는 것을 확인한 청년들은 배신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번아웃’을 넘어선 ‘보어아웃(Bore-out)’

치열하게 달렸지만 보상이 없는 현실에 지쳐 무기력증에 빠지는 ‘보어아웃’ 증후군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해 침대에만 누워있는 ‘와식 생활’을 SNS에 인증하는 것이 또 다른 챌린지가 되었습니다. 이는 갓생 피로도가 임계점에 달했음을 보여줍니다.

공정 담론의 붕괴

“노력하면 보상받는다”는 능력주의 신화는 산산조각 났습니다. 부모의 재력에 따라 출발선이 다르고, 아무리 노력해도 그 격차를 줄일 수 없다는 ‘수저계급론’이 2025년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절대 진리가 되었습니다. 빈곤 챌린지는 이러한 불공정 게임에 대한 냉소적인 야유입니다.

  1. 가상 세계로의 도피: 현실에서 성취감을 얻지 못한 청년들은 게임이나 메타버스, 가상 연애 시뮬레이션 등 가상 세계로 도피합니다. 현실의 나는 컵라면을 먹지만, 게임 속 아바타에는 수십만 원짜리 명품 아이템을 입힙니다.
  2. 단기적 쾌락 추구: 장기적인 미래 계획이 불가능해지자, 즉각적인 쾌락을 주는 숏폼 콘텐츠, 자극적인 음식, 도박 등에 탐닉하는 ‘도파민 중독’ 현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어차피 집 못 사는데 오늘 맛있는 거나 먹자”는 욜로(YOLO)와는 결이 다릅니다.

경제적 빈곤은 관계의 빈곤으로 이어집니다. 데이트 비용이 부담스러워 연애를 포기하고, 축의금이 무서워 친구 결혼식에 불참합니다.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청년들이 늘어나면서, 고독사는 더 이상 독거노인만의 문제가 아닌 2030의 문제로 대두되었습니다.

2030이 바라보는 ‘성공’의 재정의

기성세대가 정의하는 성공(내 집 마련, 대기업 입사, 결혼)은 2030 세대에게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성공의 기준을 낮추거나, 아예 다른 차원으로 이동시키고 있습니다.

‘소확행’에서 ‘무탈함’으로

과거의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조차 사치스러워졌습니다. 이제 청년들의 목표는 ‘오늘 하루 무탈하게 버티는 것’입니다. 큰 행복을 바라지 않고, 그저 불행하지 않기를 바라는 소극적인 생존 전략이 성공의 자리를 대체했습니다.

직업관의 변화: ‘N잡러’와 ‘프리워커’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면서, 한 직장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일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N잡러가 이상적인 모델로 떠올랐습니다. 조직의 부품이 되기보다 불안정하더라도 주체적인 삶을 살겠다는 의지입니다. 하지만 이는 고용 불안정을 스스로 내면화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비혼과 비출산의 합리화 결혼과 출산을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것으로 재정의함으로써 자존감을 지킵니다. “나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세상에 자식을 낳는 건 죄악”이라는 인식이 팽배합니다. 이는 사회적 재생산 구조의 붕괴를 의미하지만, 개인에게는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현실에서의 성취 대신, 아이돌 팬덤 활동이나 서브컬처 취미 생활에서 삶의 의미를 찾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깊이 파고들어 전문가 수준의 식견을 갖추는 ‘덕업일치’가 새로운 성공 모델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소유할 수 없기에 소유욕을 버리는 미니멀리즘이 확산됩니다. 짐을 줄이고, 공유 경제를 활용하며, 소유보다는 경험에 가치를 두는 삶의 방식은 빈곤을 세련되게 포장하는 또 다른 방식입니다.

글로벌 청년 빈곤: 세계적 현상인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면서 청년 세대의 빈곤과 우울은 글로벌 트렌드가 되었습니다.

중국의 ‘탕핑’과 ‘바이란’

중국의 청년들은 치열한 경쟁에 지쳐 “그냥 누워있겠다(탕핑)“고 선언했습니다. 더 나아가 “상황이 나빠지면 그냥 망가져 버리자(바이란)“는 자포자기 정서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국의 빈곤 챌린지와 맥락을 같이 하는 저항 방식입니다.

미국의 ‘조용한 사직’

미국의 MZ세대 역시 직장에서 최소한의 일만 하며 열정을 쏟지 않는 ‘조용한 사직’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회사에 충성해도 돌아오는 것은 해고뿐이라는 현실 자각이 만든 현상입니다. 경제적 보상이 따르지 않는 노력에 대한 거부입니다.

  • 일본의 ‘사토리 세대’: 욕망을 거세한 일본의 사토리 세대는 이제 ‘초(超) 솔로 사회’의 주축이 되었습니다. 그들은 빈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사회 시스템에 대한 기대 자체를 접었습니다.
  • 유럽의 ‘니트족’: 청년 실업률이 높은 남유럽 국가들에서는 부모에게 얹혀사는 캥거루족과 니트족이 사회적 표준이 되었습니다. 독립이 불가능한 구조 속에서 성인으로서의 자립이 유예되고, 이는 국가 전체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입니다.

전 세계 청년들은 SNS를 통해 서로의 불행과 빈곤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공유합니다. 국경을 초월한 ‘우울의 연대’가 형성되고 있으며, 이는 기성세대 중심의 정치와 경제 시스템에 대한 글로벌 차원의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부 정책의 실패와 미스매치

역대 정부마다 청년 정책을 쏟아냈지만, 청년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한 탁상행정의 결과입니다.

일자리 정책의 헛발질

정부는 ‘청년 인턴’ 등 단기 일자리 공급에만 치중했습니다.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양질의 정규직이지만, 기업들은 경력직만 선호합니다. 직무 교육과 매칭 시스템이 겉돌면서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은 더욱 심화되었습니다.

주거 지원의 높은 문턱 청년 주택 공급이 늘었지만, 여전히 경쟁률은 로또 수준입니다. 소득 기준이나 거주 요건이 까다로워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들이 많습니다. “월세 지원금 20만 원 받으려다 서류 준비에 지쳐 포기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옵니다.

자산 형성 지원의 한계 ‘청년 도약 계좌’ 등 자산 형성 지원 프로그램이 운영되지만, 당장 쓸 돈이 없는 청년들에게 저축은 그림의 떡입니다. 5년, 10년 묶이는 돈보다는 당장의 생활비 대출 이자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우울증 상담 지원 예산은 늘었지만, 전문성 있는 상담 인력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몇 회의 짧은 상담으로는 깊은 우울감을 치유하기 어렵습니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케어 시스템 부재가 아쉽습니다.

각종 위원회에 청년 위원을 위촉하지만, 결정 권한은 없는 ‘거수기’에 불과한 경우가 많습니다. 청년들의 목소리가 정책 결정 과정에 실질적으로 반영되지 못하고, 보여주기식 행정에 그치고 있습니다.

사회적 연대와 해법 모색

비판을 넘어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청년 빈곤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공동체의 위기라는 인식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세대 간 갈등 해소와 공감

기성세대는 “우리 때는 더 힘들었다”는 ‘라떼’ 화법을 멈춰야 합니다. 고성장 시대의 경험을 저성장 시대의 청년들에게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청년들의 고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귀를 기울이는 공감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패자부활전이 가능한 사회 안전망

한 번 실패하면 끝장이라는 공포가 청년들을 위축시킵니다.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해야 합니다. 파산 면책 제도의 유연한 적용, 재교육 및 재취업 지원 강화 등 ‘두 번째 기회’를 보장하는 제도가 절실합니다.

  1. 지역 사회 기반의 커뮤니티 복원: 고립된 청년들을 사회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지역 사회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동네 단위의 소모임, 공유 부엌, 청년 센터 등을 활성화하여 느슨하지만 따뜻한 연대를 만들어야 합니다.
  2. 기업의 사회적 책임(ESG) 강화: 기업들은 채용 규모를 늘리고, 청년들을 위한 멘토링과 교육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단순히 이윤 추구를 넘어, 미래 세대를 육성하는 것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길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정치권은 선거철에만 청년을 찾지 말고, 실질적인 법안 마련에 힘써야 합니다. ‘청년 기본법’을 강화하고, 청년 예산 의무 할당제 등을 도입하여 정책의 지속성을 담보해야 합니다.

결론: 구조신호(SOS)에 응답하라

‘빈곤 챌린지’는 철없는 장난이 아닌, 사회적 안전망이 무너진 청년 세대가 보내는 구조신호(SOS)입니다. “요즘 애들은 가난도 패션이냐”고 혀를 찰 것이 아니라, 그들이 왜 자신의 결핍을 전시하며 자조해야만 하는지 들여다봐야 합니다.

웃음 뒤에 가려진 눈물을 닦아줄 때

그들의 기괴한 웃음 소리는 살려달라는 비명입니다. 우리는 그 비명을 외면하지 말아야 합니다. 청년이 무너진 사회에는 미래가 없습니다. 지금 당장, 우리 사회가 그들의 손을 잡아주어야 합니다. 빈곤 챌린지가 더 이상 유행하지 않는, 평범한 일상이 행복한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희망의 불씨를 살리기 위하여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청년들은 여전히 살고 싶어 하고, 꿈꾸고 싶어 합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값싼 위로가 아니라, 공정한 기회와 든든한 발판입니다. 2026년에는 빈곤을 전시하는 챌린지 대신, 꿈을 전시하는 챌린지가 유행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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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윤

이서윤

K-콘텐츠와 연예계 이슈, 청년 문화와 사회 트렌드를 다룹니다. 대중문화 현장의 다양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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