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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다문화 국가 진입? 외국인 170만 시대, 베트남 급증의 충격적 이유

국내 체류 외국인 170만 명 돌파, 역대 최다... 베트남인 급증, 그 배경엔 무엇이 있나. 인구 절벽 한국의 새로운 미래인가, 사회 갈등의 씨앗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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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 5분 소요
A crowd of people walking down a street next to tall buildings in Seoul
Image: 실제 사진이 아닌 설명을 돕기 위한 이미지입니다.

“사장님, 여기 사람 없어요”… 외국인 없인 안 돌아가는 한국

지방의 한 중소기업 대표 A씨는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공장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한다. 농촌은 이미 ‘외국인 마을’이 된 지 오래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 절벽’이 현실화되면서, 그 빈자리를 외국인들이 빠르게 채우고 있다.

통계청이 19일 발표한 ‘2025년 이민자 체류 실태 및 고용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국내 상주하는 15세 이상 외국인이 170만 명을 돌파,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무려 8.3%나 증가한 수치다. 바야흐로 대한민국이 본격적인 ‘다문화 이민 국가’로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베트남의 역습? 중국 턱밑까지 추격하다

이번 통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베트남 국적자’의 급증이다. 전통적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한국계 중국인(조선족)의 수는 정체된 반면, 베트남인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현재 국내 베트남인 수는 약 27만 명으로, 전체 외국인의 16%를 차지하며 2위를 기록했다. 1위인 한국계 중국인(50만 명)과는 아직 격차가 있지만, 증가 속도를 보면 수년 내에 역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왜 하필 베트남일까? 전문가들은 ‘K-컬처’의 영향과 ‘결혼 이민’의 증가, 그리고 한국 기업들의 활발한 베트남 진출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베트남 현지에서 한국은 ‘기회의 땅’이자 ‘선망의 대상’으로 여겨진다.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유학이나 취업을 꿈꾸는 베트남 청년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유학생 신분으로 들어와 취업 비자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

2030 젊은 피 수혈, 늙어가는 한국의 구원투수?

다행인 점은 유입되는 외국인들의 연령대가 젊다는 것이다. 15~29세 청년층 외국인이 전년 대비 12.8%나 증가했다. 고령화로 활력을 잃어가는 한국 사회에 젊은 외국인 노동력은 가뭄의 단비와도 같다.

이들은 주로 제조업, 건설업, 농축산업 등 내국인이 기피하는 ‘3D 업종’에서 묵묵히 땀 흘리며 한국 경제의 하부를 지탱하고 있다. 이제 식당에서, 편의점에서, 공사 현장에서 외국인을 마주하는 것은 일상이 되었다. 그들이 없다면 우리의 일상이 멈출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엄습한다.

”일자리를 뺏긴다” vs “함께 살아야 한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외국인 급증에 따른 사회적 갈등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뇌관이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청년들도 일자리가 없는데 외국인만 우대한다”, “치안이 불안해진다”, “문화적 차이로 인한 갈등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실제로 최근 일부 지역에서는 외국인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며 주민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또한, 불법 체류자 문제 역시 해결해야 할 난제다. 정부는 비자 제도를 완화하며 외국인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그들이 우리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사회적 통합 시스템’은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다문화 2.0 시대,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단일 민족 국가의 신화는 이미 깨졌다. 이제는 ‘어떻게 막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함께 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다.

단순히 부족한 노동력을 메우는 ‘대체재’로만 그들을 바라봐서는 안 된다. 그들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민청 설립 논의가 탄력을 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체계적인 이민 정책 컨트롤타워를 세우고, 언어 교육, 문화 체험 등 정착 지원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내국인들의 인식 개선도 시급하다. 차별과 배제가 아닌, 존중과 포용의 자세가 필요하다. 베트남에서 온 ‘응우옌’ 씨가 우리의 이웃이 되고, 친구가 되는 세상. 그것이 바로 2025년,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길이다.

”한국은 여전히 매력적인가?” 흔들리는 위상

한편, 우려스러운 징후도 포착된다. 최근 엔저 현상으로 인해 일본으로 향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임금 격차가 줄어들면서 굳이 한국을 고집할 이유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일하기 힘들고 차별이 심하다”는 인식이 퍼진다면, 우리는 외국인 인력 유치 경쟁에서도 뒤처질 수 있다. ‘오고 싶은 나라, 살고 싶은 나라’를 만들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브랜딩 전략이 절실하다.

인구 170만 외국인 시대. 위기를 기회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갈등의 늪에 빠질 것인가. 선택은 지금 우리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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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은

한지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슈와 소외된 목소리에 귀 기울입니다. 더 나은 공동체를 위한 대안을 모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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