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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시행 구하라법, 빚만 남긴 부모도 상속 박탈? 적용 기준 완벽 정리

부양의무를 위반한 부모의 상속권을 박탈하는 '구하라법'이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됩니다. 상속권 상실 선고의 기준, 소급 적용, 빚 상속과의 차이점 등 핵심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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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 31분 소요
구하라법 시행 관련 상징적 이미지

2026년 1월 1일, 대한민국 상속법 역사에 새로운 장이 열렸다.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를 저버린 부모의 상속권을 박탈할 수 있는 ‘구하라법’이 드디어 시행에 들어간 것이다. 6년간의 기나긴 입법 여정 끝에 탄생한 이 법은 단순히 법조문의 변화를 넘어,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질문에 답을 제시한다. 태어나자마자 버림받은 자녀가 성공한 뒤 사망하면 수십 년간 얼굴도 비추지 않던 부모가 나타나 재산을 가져가는 일, 이제는 법으로 막을 수 있게 되었다.


구하라법은 어떻게 탄생했나: 한 가수의 죽음이 바꾼 대한민국 상속법

구하라법의 시작점은 2019년 11월 2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걸그룹 카라의 멤버였던 가수 구하라 씨가 2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팬들과 대중이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슬퍼하고 있을 때, 예상치 못한 인물이 등장했다.

구하라 씨가 8살 때 가족을 떠나 20년 넘게 연락이 없던 친모 송 모 씨가 장례식장에 나타난 것이다.

구하라 씨의 오빠 구호인 씨에 따르면, 친모는 장례식장에서 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키기보다 재산 문제를 먼저 꺼냈다고 한다.

상속권 상실 선고 절차 인포그래픽

장례가 끝난 후 상황은 더욱 충격적으로 전개되었다. 송 씨 측 변호인이 구호인 씨를 찾아와 구하라 씨가 소유했던 부동산 매각 대금의 절반을 요구한 것이다. 당시 민법에 따르면 자녀가 미혼 상태로 사망할 경우 제1순위 상속권자는 부모다. 아무리 자녀를 버렸더라도, 아무리 수십 년간 연락 한 번 없었더라도, 법적으로는 ‘부모’라는 이유만으로 상속권이 인정되는 구조였다.

구호인 씨는 2019년 12월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부양의무를 현저히 저버린 직계존속을 상속결격 사유로 추가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이 청원은 게시된 지 단 사흘 만에 1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국민들의 분노는 단순히 구하라 씨 개인의 사연에 대한 동정을 넘어, 오랫동안 쌓여온 불합리한 상속제도에 대한 집단적 항의였다.

세월호와 천안함, 그리고 순직 소방관까지: 반복되어 온 비극들

구하라 씨의 사례가 특별히 주목받은 것은 유명인이었기 때문만이 아니다. 사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그 이전에도 수차례 반복되어 왔다. 법무부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천안함 피격 사건, 세월호 참사, 대양호 사건 등 국가적 재난 이후에도 자녀를 부양하지 않은 부모가 갑자기 나타나 재산의 상속을 주장하는 일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 당시, 순직한 한 군인의 친모가 28년 만에 나타나 보상금을 요구했다. 이 군인은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 후 친모와 연락이 완전히 끊긴 채 살아왔지만, 법적으로 친모의 상속권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2014년 세월호 참사에서는 더욱 가슴 아픈 사례가 있었다. 희생된 한 학생의 친부가 이혼 12년 만에 나타나 사망보험금의 절반을 수령해 간 것이다. 이 학생을 실제로 키운 어머니와 가족들은 아무런 대응을 할 수 없었다.

BBC 코리아의 보도에 따르면, 2020년 6월에는 전북에서 ‘전북판 구하라 사건’이라 불리는 일이 발생했다. 순직이 인정된 한 소방관의 친모가 32년 만에 나타나 딸의 유족연금과 퇴직금을 수령하려 한 것이다. 이 친모는 딸이 태어난 직후 집을 나갔고, 30년 넘게 연락 한 번 없었다. 그러나 민법상 친모로서의 지위는 여전히 유효했고, 결국 약 8,000만 원의 보상금과 함께 사망 시까지 매달 91만 원의 유족연금을 받게 되었다. 정작 이 소방관을 키운 할머니와 가족들에게는 아무것도 돌아가지 않았다.

5년간의 입법 좌절과 계속된 폐기: 왜 법은 바뀌지 않았나

국민적 공분에도 불구하고 구하라법의 입법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구호인 씨의 청원 이후 2020년 제20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되었지만,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되었다. 2020년 6월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21대 국회에서 다시 법안을 발의했으나, 이번에도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수년간 계류되었다.

서울신문의 분석 기사에 따르면,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는 ‘법적 안정성’ 논란이다. 상속은 사망과 동시에 자동으로 개시되는데, 사후에 상속권을 소급해서 박탈하면 이미 이루어진 법률관계가 뒤집어질 수 있다는 우려였다. 이미 재산을 분할받은 상속인, 그 재산을 매입한 제3자 등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힐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부양의무 위반’의 기준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의 문제였다. 단순히 경제적 지원을 하지 않은 것과 완전히 연락을 끊고 방치한 것은 다르다. 부모가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지원을 못 한 경우와 능력이 있으면서도 고의로 방치한 경우도 구별해야 한다. 법조계와 민법학계에서는 이러한 기준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오히려 남용과 분쟁이 증가할 수 있다는 신중론이 우세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연구보고서는 이 문제에 대해 “현행 민법은 상속인이 피상속인을 살해하거나 유언을 방해하는 등 제한적인 경우만을 상속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있으며, 부양의무를 불이행한 경우는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도, “부양의무 불이행을 상속결격사유로 규정하는 방안과 상속권상실선고사유로 규정하는 방안의 장단점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 흐름을 바꾼 2024년 4월 25일

전환점은 2024년 4월 25일에 찾아왔다. 헌법재판소가 유류분 제도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이다. 헌법재판소 2020헌가4 등 결정에서 재판관 9인은 “비록 민법 제1004조 소정의 상속인 결격사유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의 패륜적인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감정과 상식에 반한다”고 명시했다.

이 결정에서 헌재는 두 가지 중요한 판단을 내렸다. 첫째, 형제자매에게까지 유류분 권리를 인정하는 민법 제1112조 제4호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로 단순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형제자매가 상속재산 형성에 기여하는 경우가 거의 인정되지 않음에도 유류분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해당 조항은 즉시 효력을 상실했다.

둘째, 직계비속·직계존속·배우자의 유류분을 규정한 민법 제1112조 제1호부터 제3호에 대해서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유류분 제도 자체는 합헌이지만, 패륜적 행위를 한 상속인에게도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취지였다. 헌재는 국회에 2025년 12월 31일까지 개선 입법을 마련하도록 요구했다.

이 결정은 5년간 지지부진하던 구하라법 논의에 불을 붙였다. 헌재가 ‘패륜적 상속인’의 유류분 인정이 위헌이라고 명확히 판단함으로써, 더 이상 ‘법적 안정성’을 이유로 입법을 미룰 명분이 사라진 것이다. 2024년 5월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 구하라법은 같은 해 8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마침내 가결되었다. 법안은 2024년 9월 20일 개정·공포되었고, 2026년 1월 1일 시행을 앞두게 되었다.


민법 제1004조의2 완전 해부: 상속권 상실 선고 제도의 모든 것

구하라법의 법적 근거는 신설된 민법 제1004조의2 ‘상속권 상실 선고’ 조항이다. 이 조항은 총 8개 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기존 민법 제1004조의 상속결격사유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법적 수단을 마련했다. 기존 상속결격은 살인이나 유언 위조 등 극단적인 사유가 있을 때 재판 없이 자동으로 상속자격을 박탈하는 제도였다면, 새로운 상속권 상실 선고는 가정법원의 심리와 판단을 거쳐야만 효력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법률정보 플랫폼 넵라(NEPLA)의 상세 해설에 따르면, 민법 제1004조의2는 피상속인(사망한 자녀)의 직계존속(부모, 조부모 등)이 일정한 사유에 해당할 경우, 피상속인의 유언에 따른 의사 또는 공동상속인 등의 청구에 의해 가정법원이 상속권 상실을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상속권 상실이 인정되는 두 가지 핵심 사유

민법 제1004조의2가 규정하는 상속권 상실 사유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는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경우”이며, 이때 부양의무는 미성년자에 대한 부양의무로 한정된다. 이 규정의 의미는 명확하다. 자녀가 미성년자일 때 부모로서의 양육 책임을 중대하게 저버린 경우, 그 자녀가 성인이 되어 사망했을 때 부모가 상속을 받을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대한 위반’이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핵심 쟁점이 된다. 한국경제의 전문가 칼럼에 따르면, 단순한 경제적 지원 부족만으로는 ‘중대한 위반’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법조계에서는 장기간(통상 수년 이상) 정당한 이유 없이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피상속인의 생존을 위태롭게 하거나 심각한 고통을 안긴 경우가 해당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자녀가 태어난 직후 집을 나가 성인이 될 때까지 연락 한 번 없이 완전히 방치한 경우, 양육비를 지급할 경제적 능력이 있음에도 고의로 지급하지 않아 자녀가 극심한 경제적 곤란을 겪은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할 수 있다.

둘째 사유는 “피상속인 또는 그 배우자나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에게 중대한 범죄행위를 하거나 그 밖에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이다. 이 조항에서 ‘중대한 범죄행위’란 기존 상속결격사유인 살인이나 살해 미수(민법 제1004조)는 제외하고, 폭행, 상해, 유기, 학대, 성범죄 등을 의미한다. 기존 상속결격사유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이미 자동으로 상속자격을 상실하므로, 별도의 상속권 상실 선고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심히 부당한 대우’는 범죄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지만 그에 준하는 정도의 패륜적 행위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경향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여기에는 정신적 학대, 심각한 모욕, 장기간의 고의적 연락 단절과 무관심, 자녀의 중요한 시기(입학, 졸업, 결혼 등)에 대한 완전한 외면 등이 포함될 수 있다. 다만 구체적인 기준은 향후 판례의 축적을 통해 확립되어야 할 부분이다.

기존 상속결격제도와의 결정적 차이점

새로 도입된 상속권 상실 선고 제도와 기존의 상속결격제도(민법 제1004조)는 본질적으로 다른 제도다. 로앤비 법률정보에서 제공하는 비교 분석에 따르면, 두 제도의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효력 발생 방식이 다르다. 상속결격은 결격사유가 발생하면 재판 절차 없이 당연히(자동으로) 상속자격을 상실한다. 반면 상속권 상실 선고는 반드시 가정법원의 심리를 거쳐 선고가 확정되어야만 효력이 발생한다. 이는 상속권 상실 사유가 상속결격사유보다 그 판단이 모호할 수 있기 때문에, 법원의 신중한 판단을 거치도록 한 것이다.

둘째, 적용 대상이 다르다. 상속결격은 모든 상속인에게 적용될 수 있지만, 상속권 상실 선고는 피상속인의 직계존속(부모, 조부모 등)에게만 적용된다. 즉, 자녀가 부모에 대한 부양의무를 저버린 경우에는 이 제도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는 입법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범위를 제한한 결과로, 향후 확대 논의가 있을 수 있는 부분이다.

셋째, 청구권자가 특정되어 있다. 상속결격은 누구의 청구도 필요 없이 자동 발생하지만, 상속권 상실 선고는 유언집행자 또는 공동상속인 등 법이 정한 자만이 청구할 수 있다. 이로써 무분별한 청구를 방지하고, 상속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자만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넷째, 법원의 재량이 인정된다. 상속결격은 해당 사유가 있으면 무조건 상속자격이 상실되지만, 상속권 상실 선고는 법원이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청구를 인용하거나 기각할 수 있다. 민법 제1004조의2 제5항은 법원이 “상속권 상실을 청구하는 원인이 된 사유의 경위와 정도, 상속인과 피상속인의 관계, 상속재산의 규모와 형성 과정 및 그 밖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언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 청구 방법의 차이

상속권 상실 선고를 청구하는 방법은 피상속인이 생전에 유언을 남겼는지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유언 상황별 청구 방법

피상속인이 생전에 특정 직계존속의 상속권 상실 의사를 밝힌 경우, 그 의사표시는 반드시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 형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생활법령정보 포털에 따르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증인 2명이 참여한 공증인 앞에서 유언의 취지를 구술하고, 공증인이 이를 필기·낭독하여 유언자와 증인이 그 정확함을 승인한 후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하는 방식으로 작성된다.

자필유언, 녹음유언, 비밀증서유언 등 다른 유언 방식으로는 상속권 상실 의사를 표시할 수 없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는 상속권 상실이라는 중대한 법적 효과를 발생시키는 의사표시인 만큼, 가장 엄격한 형식을 요구하여 유언자의 진의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유언에 따라 상속권 상실 의사가 표시된 경우, 유언집행자가 가정법원에 상속권 상실을 청구해야 한다. 유언집행자는 유언자가 지정하거나, 지정이 없으면 상속인이 선임하거나, 이해관계인의 청구에 의해 가정법원이 선임할 수 있다. 다만 법은 상속권 상실의 대상이 될 사람은 유언집행자가 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어, 당사자가 유언집행자로서 자신의 상속권 상실 청구를 방해하는 것을 차단했다.

피상속인이 유언 없이 사망한 경우에는 공동상속인이 직접 가정법원에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다. 법무법인 세웅의 해설에 따르면, 예를 들어 A가 미성년 시절 아버지의 부양의무 위반으로 고통받다가 성인이 된 후 유언 없이 사망한 경우, 어머니(공동상속인)가 아버지의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다.

이때 청구 기한은 부양의무 위반 등의 사유가 있는 자가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로부터 6개월 이내로 엄격히 제한된다.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 6개월의 기간은 제척기간으로서 이를 도과하면 청구권이 완전히 소멸하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상속이 개시된 후 바쁘게 장례와 각종 절차를 처리하다 보면 6개월이 금방 지나갈 수 있으므로, 상속권 상실 청구 의사가 있다면 가능한 한 빨리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공동상속인이 없거나 모든 공동상속인에게 상속권 상실 사유가 있는 특수한 경우에는, 상속권 상실 선고의 확정에 의하여 상속인이 될 사람(후순위 상속인)이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미혼인 A가 사망했는데 양쪽 부모 모두 A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경우, 후순위 상속인인 A의 형제자매가 부모의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다.


법원은 무엇을 보는가: 상속권 상실 선고의 심사 기준

상속권 상실 청구가 제기되면 가정법원은 엄격한 심리 절차를 거쳐 이를 인용하거나 기각한다. 법원의 판단은 단순히 부양의무 위반 사실의 존재 여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민법 제1004조의2 제5항은 법원이 고려해야 할 여러 요소를 명시하고 있으며, 이는 개별 사안의 특수성을 반영한 균형 잡힌 판단을 가능하게 한다.

로리더 법률전문매체의 분석에 따르면, 가정법원의 심사 기준은 크게 네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는 상속권 상실을 청구하는 원인이 된 사유의 경위와 정도다. 법원은 부양의무 위반이나 학대 등이 어떤 배경에서 발생했는지, 그 행위의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면밀히 살핀다. 단순한 연락 단절과 완전한 유기는 다르고, 경제적 능력이 없어서 부양하지 못한 것과 능력이 있으면서 고의로 방치한 것도 다르다.

둘째는 상속인과 피상속인의 관계다. 부모와 자녀 사이의 전체적인 관계 양상이 고려된다. 부양의무 위반 이전과 이후의 관계 변화, 화해 시도나 관계 회복 노력의 유무, 피상속인이 생전에 해당 상속인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었는지 등이 판단 요소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때 관계가 단절되었다가 피상속인의 생애 말년에 화해하고 관계를 회복한 경우에는 상속권 상실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셋째는 상속재산의 규모와 형성 과정이다. 상속재산이 얼마나 되는지, 그 재산이 누구의 노력으로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도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피상속인이 순전히 자신의 노력으로 재산을 형성한 경우와 상속인의 기여가 일부라도 있었던 경우는 다르게 평가될 수 있다. 다만 구하라법이 적용되는 상황 자체가 부양의무를 저버린 부모가 자녀의 재산을 상속받으려는 경우이므로, 대부분의 사안에서 부모의 기여는 인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넷째는 그 밖의 사정이다. 이는 법원에 개별 사안의 특수한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재량을 부여한 것이다. 피상속인의 다른 가족들의 상황, 상속권 상실 선고가 미칠 파급 효과, 사회통념상 상당성 등이 이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

입증책임과 증거 확보 전략

상속권 상실 청구의 성패는 결국 입증에 달려 있다. 청구인은 부양의무 위반 또는 범죄행위·심히 부당한 대우가 있었다는 사실을 구체적인 증거로 입증해야 한다. 법률사무소 메리먼트의 실무 가이드에 따르면, 부양의무 위반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양육비 미지급 기간, 연락 단절의 정도와 기간, 자녀가 처했던 경제적·정서적 어려움 등을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유용한 증거자료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먼저 주민등록 초본은 세대 분리 시점과 주소 이력을 확인할 수 있어 별거 기간을 증명하는 데 유용하다. 가족관계증명서와 기본증명서는 법적 가족관계의 존재를 증명한다. 과거 이혼 소송이나 양육권 관련 판결문이 있다면 부양의무 불이행 사실을 직접적으로 증명하는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

양육비 미지급과 관련해서는 금융거래 기록, 양육비 이행관리원의 기록 등이 활용될 수 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이나 상담기관의 상담 기록, 학교 생활기록부의 관련 기재 사항도 증거로 제출할 수 있다. 학대나 유기 사실에 대해서는 이를 직접 목격한 친척, 이웃, 교사 등의 증인 진술서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법률 전문가들은 상속권 상실 청구를 고려하고 있다면 가능한 한 빨리 증거를 수집하고 체계적으로 보관할 것을 권고한다.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희미해지고, 서류가 분실되며, 증인을 찾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상속이 개시된 후 6개월이라는 청구 기한이 있으므로, 평소에 관련 자료를 정리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속재산 보전을 위한 가정법원의 역할

상속권 상실 청구가 제기된 후 선고가 확정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이 기간 동안 상속권 상실 대상자가 상속재산을 처분하거나 은닉할 우려가 있다. 이에 민법 제1004조의2 제7항은 가정법원이 이해관계인 또는 검사의 청구에 따라 상속재산관리인을 선임하거나, 그 밖에 상속재산의 보존 및 관리에 필요한 처분을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무법인 로고스의 해설에 따르면, 상속재산관리인은 상속재산을 보존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관리인의 직무, 권한, 담보제공 및 보수 등에 관해서는 민법 제24조부터 제26조까지의 규정이 준용된다. 이를 통해 상속권 상실 여부가 최종 확정되기 전에 상속재산이 부당하게 처분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소급적용 특례: 2024년 4월 25일 이후 상속부터 적용

구하라법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제한적인 소급적용을 인정한다는 점이다. 법률은 원칙적으로 시행일 이후의 사건에만 적용되지만, 구하라법은 헌법재판소 결정일인 2024년 4월 25일 이후 상속이 개시된 경우에도 적용된다.

법무법인 지평의 뉴스레터에 따르면, 이러한 소급적용 특례는 법 부칙에 명시되어 있다. 민법 부칙 제2조는 “제1004조의2의 개정규정은 2024년 4월 25일 이후 상속이 개시되는 경우로서 같은 개정규정 시행 전에 같은 조 제1항 또는 제3항 각 호에 해당하는 행위가 있었던 경우에 대해서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24년 4월 25일이라는 기준일은 우연히 정해진 것이 아니다. 이날은 헌법재판소가 패륜적 상속인의 유류분 인정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한 날이다. 입법자는 헌재 결정 이후 법 시행 전까지의 공백 기간에 발생한 상속 사건에서도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이 날을 기준으로 소급적용을 인정한 것이다. 법률 플랫폼 로피드의 분석은 이를 “구하라법의 입법 취지를 최대한 충실히 반영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경과 규정: 법 시행 전 상속이 개시된 경우의 특례

2024년 4월 25일 이후이지만 법 시행일인 2026년 1월 1일 전에 상속이 개시된 경우에 대한 경과 규정도 마련되어 있다. 민법 부칙 제3조에 따르면, 이 기간에 상속이 개시되었고 상속권 상실 사유가 있는 사람이 상속인이 되었음을 법 시행 전에 안 공동상속인은, 법 시행일부터 6개월 이내에 상속권 상실 청구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A가 2025년 6월에 사망했고, A의 동생 B가 2025년 7월에 A의 부모 중 한 명(C)에게 부양의무 중대 위반 사유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B는 원칙적으로 ‘안 날로부터 6개월 이내’인 2026년 1월까지 청구해야 하지만, 법 시행일이 2026년 1월 1일이므로 실제로는 2026년 7월 1일까지 청구할 수 있다. 즉, 법 시행 전에 이미 6개월 기간이 진행 중이었던 경우에도 최소한 법 시행일로부터 6개월의 기간은 보장된다는 의미다.

상속권 상실 선고의 소급 효과와 거래 안전 보호

상속개시 후에 상속권 상실의 선고가 확정된 경우, 그 선고를 받은 사람은 상속이 개시된 때로 소급하여 상속권을 상실한다. 이는 마치 처음부터 그 사람이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처럼 취급된다는 의미다. 따라서 상속권 상실 선고가 확정되면, 이미 분할받은 상속재산을 반환해야 하고, 상속을 원인으로 이전된 부동산 등기도 말소되어야 한다.

다만 법은 거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단서 조항을 두고 있다. 민법 제1004조의2 제6항 단서는 “이로써 해당 선고가 확정되기 전에 취득한 제3자의 권리를 해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예를 들어, 상속권 상실 대상자가 상속받은 부동산을 선의의 제3자에게 매각하고 소유권 이전등기까지 완료한 경우, 이후 상속권 상실 선고가 확정되더라도 제3자의 소유권은 보호된다. 이 조항은 상속권 상실의 실효성과 거래 안전 사이의 균형을 도모한 것으로 평가된다.


빚만 남긴 부모도 상속 박탈 대상인가: 흔한 오해와 진실

구하라법 시행을 앞두고 많은 사람들이 혼란스러워하는 부분이 있다. “빚만 남기고 자녀를 버린 부모도 상속권 박탈 대상인가?”라는 질문이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구하라법의 적용 범위를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구하라법은 부모가 자녀의 재산을 상속받는 것을 제한하는 법이다. 자녀가 부모의 빚을 상속받는 상황과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구하라법의 핵심 취지는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를 저버린 부모가, 그 자녀가 성공한 후 사망했을 때 자녀의 재산을 가져가는 것을 막는 것이다. 이는 부모에서 자녀로 향하는 상속(부모 사망 시 자녀가 부모의 재산 또는 빚을 상속받는 경우)과는 방향이 정반대다.

채무 상속 문제는 별도의 제도로 해결해야

부모가 빚만 남기고 사망한 경우, 자녀가 그 빚을 물려받지 않으려면 상속포기 또는 한정승인 제도를 이용해야 한다. 생활법령정보 포털에 따르면, 상속포기는 상속개시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신고함으로써 상속인 지위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다. 상속을 포기하면 재산뿐 아니라 채무도 승계하지 않는다.

한정승인은 상속인이 상속으로 취득하게 될 재산의 한도에서 피상속인의 채무를 변제할 것을 조건으로 상속을 승인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부모가 현금 500만 원과 빚 750만 원을 남기고 사망한 경우, 한정승인을 하면 자녀는 500만 원의 한도에서만 채무 변제 책임을 지고, 나머지 250만 원은 갚지 않아도 된다.

구하라법과 채무 상속은 서로 다른 문제이므로, 각각의 상황에 맞는 제도를 이용해야 한다. 자녀가 부양의무를 저버린 부모의 재산 상속을 막고 싶다면 구하라법을, 부모의 빚을 물려받지 않으려면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활용하면 된다.

채무초과 상속과 부양의무 위반이 동시에 문제되는 경우

만약 부모가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를 저버렸고, 동시에 그 자녀가 빚을 많이 지고 사망한 경우라면 어떨까? 이 경우 부모 입장에서는 상속권이 있든 없든 큰 차이가 없다. 상속권이 인정되더라도 상속재산보다 채무가 많으면 오히려 손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 상황, 즉 부양의무를 저버린 부모가 빚을 많이 지고 사망한 경우에는 구하라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구하라법은 자녀가 먼저 사망한 경우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자녀는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통해 부모의 채무를 물려받지 않을 수 있다.

상속 문제는 복잡하게 얽힐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상황에서는 반드시 법률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상속포기와 한정승인에는 3개월의 기간 제한이 있고, 상속권 상실 청구에는 6개월의 기간 제한이 있으므로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해외는 어떻게 하고 있나: 주요국의 유사 제도 비교

구하라법 도입 과정에서 주요 선진국의 입법례가 많이 참고되었다. 머니투데이의 보도에 따르면, 대다수 선진국에서는 이미 부양의무 불이행자를 상속에서 배제하거나 유류분을 박탈하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오히려 이러한 제도가 없었던 대한민국이 예외적인 경우였다.

독일 민법은 유류분 박탈 제도를 두고 있다. 독일 민법 제2333조에 따르면, 유류분권리자가 피상속인에게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를 하거나, 범죄를 저지르거나, 부양의무를 악의적으로 불이행한 경우, 피상속인은 유언으로 그의 유류분을 박탈할 수 있다. 또한 독일과 오스트리아, 일본에서는 형제자매를 유류분권리자에서 아예 제외하고 있다.

일본 민법은 ‘추정상속인의 폐제(廃除)’ 제도를 두고 있어 우리나라 구하라법과 가장 유사하다. 일본 민법 제892조에 따르면, 추정상속인이 피상속인에 대하여 학대를 하거나 중대한 모욕을 가한 경우, 또는 기타 현저한 비행이 있을 때, 피상속인은 가정법원에 그 추정상속인의 폐제를 청구할 수 있다. 폐제가 확정되면 해당 상속인은 상속권과 유류분권을 모두 상실한다.

미국은 주(州)마다 상속법이 다르지만, 많은 주에서 ‘의도적 유기’를 이유로 상속권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특히 자녀를 유기한 부모에 대해서는 자녀의 상속재산에 대한 권리를 박탈하는 주가 다수 존재한다.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 등에서도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상속인의 상속자격을 법률에 따라 박탈하는 제도가 시행 중이다.

헌법재판소의 2020헌가4 결정문도 외국 입법례를 상세히 검토했다. 헌재는 “유류분제도에 관한 외국의 입법례를 살펴보아도, 독일·오스트리아·일본 등에서는 피상속인의 형제자매를 유류분권리자에서 제외하고 있다”며 “유류분 제도에 관한 외국의 입법례를 보아도,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 산입되는 증여의 범위를 상속개시 전 10년(독일·일본), 상속개시 전 5년(스위스), 상속개시 전 2년(오스트리아)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구하라법의 한계와 남은 과제

구하라법의 시행은 상속 정의 실현을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다. 그러나 이 법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며, 여전히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남아 있다.

가장 큰 한계로 지적되는 것은 적용 대상이 직계존속(부모, 조부모 등)에 한정된다는 점이다. 현행 구하라법은 부모의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 위반만을 상속권 상실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자녀가 부모에 대한 부양의무를 저버린 경우, 이른바 ‘불효자’의 경우에는 이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부모를 수십 년간 방치하다가 부모 사망 후 재산만 챙기려는 자녀에 대해서는 현행법으로 대응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불효자법’도 함께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입법 과정에서는 적용 범위를 제한하여 불필요한 분쟁 확대를 방지하고 법적 안정성을 유지하자는 의견이 우세했다. 자녀의 부양의무 불이행에 대해서는 향후 별도의 입법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중대한 위반’의 모호성 문제

또 다른 한계는 법문의 모호성이다.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했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을 의미하는지 법조문만으로는 명확하지 않다. 연락을 끊은 기간이 얼마나 되어야 ‘중대한 위반’인지, 경제적 지원이 얼마나 부족해야 해당되는지, ‘심히 부당한 대우’의 기준은 무엇인지 등이 모두 해석에 맡겨져 있다.

이러한 모호성은 법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비슷한 사안에서도 담당 재판부에 따라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고, 당사자들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울 수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이에 대해 “향후 판례의 축적을 통해 기준이 구체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면서도, “초기에는 상당한 법적 불확실성이 존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증서 유언 작성의 현실적 장벽

구하라법에 따라 생전에 상속권 상실 의사를 표시하려면 반드시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을 작성해야 한다. 그러나 일반인들에게 공증 절차는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증인 2명을 확보해야 하고, 공증인 사무실을 방문해야 하며, 수수료도 부담해야 한다. 재산가액에 따라 공증 수수료가 달라지는데, 기본적으로 ‘재산가액×0.15%+21,500원’에 부가수수료가 추가된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국민들을 위해 무료 법률상담과 소송 지원을 제공하고 있으며, 유언 공증에 관한 안내도 받을 수 있다. 각 지역의 법률구조공단 지부나 법률홈닥터 서비스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구하라법 활용을 위한 실무 체크리스트

구하라법을 실제로 활용하고자 하는 경우, 사전에 준비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상황에 따라 생전 준비와 사후 대응으로 나누어 살펴본다.

생전에 특정 직계존속의 상속을 배제하고 싶다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을 작성해야 한다. 유언에는 해당 직계존속을 특정하고, 상속권 상실 의사를 명확히 기재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상속권 상실 사유(부양의무 중대 위반, 학대 등)를 구체적으로 적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언집행자도 함께 지정해 두면 사후 절차가 원활해진다. 공증인 사무실 또는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유언 공증에 관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유언이 없는 상태에서 가족이 사망한 후 상속권 상실을 청구하고자 한다면, 시간과의 싸움이다. 부양의무 위반 등의 사유가 있는 자가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청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장례와 각종 사후 절차를 처리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흘러가므로, 상속권 상실 청구 의사가 있다면 가능한 한 빨리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증거 수집은 미리미리 해두는 것이 유리하다. 유용한 증거자료로는 주민등록 초본(세대 분리 시점, 주소 이력 확인), 가족관계증명서 및 기본증명서, 과거 이혼 소송이나 양육권 관련 판결문, 양육비 미지급 관련 금융거래 기록, 아동보호전문기관이나 상담기관의 상담 기록, 학대나 유기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증인 진술서 등이 있다.

관할 법원은 피상속인의 최후 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이다. 서울가정법원, 인천가정법원, 수원가정법원 등 전국의 가정법원에서 상속권 상실 청구 사건을 처리한다. 청구서 양식과 필요 서류에 대해서는 해당 법원의 민원실이나 대한민국 법원 전자소송 사이트에서 안내받을 수 있다.


구하라법이 여는 새로운 시대: 혈연에서 책임으로

구하라법의 시행은 대한민국 가족법 역사에서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이 법은 단순히 상속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기술적 규정이 아니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부모의 책임은 무엇인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를 법제도로 확인한 것이다.

과거에는 혈연관계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당연히 가족으로서의 권리가 인정되었다. 아무리 자녀를 버렸어도, 아무리 연락 한 번 없이 수십 년을 보냈어도, 법적으로는 ‘부모’라는 이유만으로 상속권이 보장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가족으로서의 권리를 주장하려면 가족으로서의 책임을 다했어야 한다는 원칙이 법으로 확립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더 넓은 사회적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대가족 중심의 전통 사회에서 핵가족, 나아가 1인 가구까지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혈연 중심의 가족 개념은 점점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실제로 함께 생활하고, 서로 돌보고, 정서적 유대를 형성한 관계가 ‘진짜 가족’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구하라법은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법제도에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구하라법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자녀의 부양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 ‘중대한 위반’의 구체적 기준 확립, 공정증서 유언 작성의 접근성 향상 등 남은 과제가 있다. 그러나 첫 걸음을 내딛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향후 판례의 축적과 후속 입법을 통해 제도가 보완되어 나갈 것이다.

故 구하라 씨의 안타까운 죽음에서 시작된 이 법은, 그의 이름을딴 것에 걸맞게 앞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구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채 힘겹게 살아온 사람들, 성공한 후에야 갑자기 나타난 부모의 요구에 분노하면서도 법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었던 사람들에게, 이제는 법이 그들의 편에 서게 되었다.

2026년 1월 1일, 대한민국은 보다 정의로운 상속제도를 향한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참고자료 및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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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혁

박준혁

법적 쟁점을 논리적이고 객관적으로 분석하며, 판례와 법령을 근거로 명확한 해석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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