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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중 정서, 임계점 넘었다... 급증하는 증오 범죄와 우리 안의 괴물

경제 불안과 정치적 선동이 키운 외국인 혐오... 통계로 본 증오 범죄 급증과 한국 사회의 병리 현상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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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 13분 소요
외국인 혐오 반대 시위에서 '혐오를 멈추라'는 피켓을 들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
Image: 실제 사진이 아닌 설명을 돕기 위한 이미지입니다.

혐오의 시대, 대한민국은 안전한가?

2025년 12월, 대한민국은 전례 없는 ‘혐오의 시대’를 지나고 있습니다. 거리에선 낯선 언어를 쓰는 사람을 향해 이유 없는 욕설이 날아들고, 식당 입구에는 ‘노 차이나(No China)‘라는 문구가 버젓이 내걸리는 일이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닙니다.

특히 중국인(조선족 동포 포함)을 향한 반감, 이른바 ‘혐중(嫌中)’ 정서는 단순한 감정을 넘어 물리적 폭력과 범죄로 비화하며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경찰청이 발표한 최신 통계는 이러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2025년 한 해 동안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모욕 및 폭행 범죄는 전년 대비 30% 이상 급증했으며, 그 피해자의 절반 이상이 중국 국적자였습니다. “한국은 더 이상 안전한 나라가 아니다”라는 외국인들의 절규는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인권 지수를 떨어뜨리는 부끄러운 자화상이 되고 있습니다.

통계로 본 증오 범죄의 민낯

구체적인 수치를 살펴보면 상황의 심각성은 더욱 두드러집니다.

경찰청 외사국의 ‘2025 외국인 범죄 피해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접수된 외국인 대상 혐오 범죄 신고 건수는 약 1,500건에 달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범죄 유형별로는 모욕과 명예훼손이 가장 많았지만, 직접적인 신체 폭행이나 상해 사건도 400여 건에 달해 전년 대비 45%나 증가했습니다.

특히 우려스러운 점은 이러한 범죄가 특정 지역이나 시간대에 국한되지 않고, 대중교통이나 길거리 등 일상적인 공간에서 무차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하철에서 중국어로 통화한다는 이유로 20대 남성이 중국인 유학생을 무차별 폭행한 ‘신림역 묻지마 폭행 사건’은 우리 사회의 혐오가 얼마나 맹목적이고 폭력적으로 변질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충격적인 사례였습니다.

경제 침체와 박탈감이 낳은 희생양 찾기

전문가들은 이러한 혐오 현상의 기저에 장기화된 경제 침체와 청년 실업난이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3년째 이어지는 2%대 저성장과 고물가 속에서, 대중들은 자신의 고통을 전가할 대상을 찾게 되었고, 그 화살이 가장 눈에 띄고 만만한 외국인 집단인 중국인들에게 향했다는 것입니다. “외국인이 우리의 일자리를 뺏고, 세금도 안 내면서 건강보험 혜택만 누린다”는 왜곡된 인식이 퍼지면서, 혐오가 마치 정당한 분노인 양 포장되고 있습니다.

사회학자들은 이를 전형적인 ‘스케이프고팅(Scapegoating·희생양 만들기)’ 현상으로 진단합니다. 내재된 불안과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약자를 공격하는 집단 심리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1923년 관동 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이나, 나치의 유대인 박해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위험한 징후입니다.

‘묻지마 폭행’과 일상화된 차별

혐오는 물리적 폭력으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배달 라이더나 건설 현장 노동자, 식당 종업원 등 외국인 노동자 비율이 높은 직군에서는 한국인 고객이나 고용주와의 마찰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반말과 욕설은 기본이고,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모욕적인 언사를 듣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일부 자영업자들이 가게 문 앞에 ‘중국인 출입 금지’라는 안내문을 붙여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는 명백한 인종 차별이자 인권 침해 행위이지만, “내 가게 내 마음대로 운영하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식의 인식이 팽배해 있습니다. 피해를 입은 외국인들은 보복이 두려워, 혹은 신고해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불신 때문에 피해 사실을 숨기는 경우가 많아 실제 범죄 건수는 통계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정치와 미디어가 키운 괴물

이처럼 혐오가 우리 사회의 면역력을 파괴하는 동안, 이를 치유하고 통합해야 할 정치권과 미디어는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고 혐오를 확대 재생산하는 데 일조했습니다.

선거 때마다 지지층 결집을 위해 반중 정서를 자극하는 정치인들의 무책임한 발언과, 자극적인 제목으로 클릭 장사에 몰두하는 일부 언론 및 유튜브 채널들이 ‘괴물’을 키운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정치권의 위험한 불장난: “표가 된다면 혐오도 판다”

일부 보수 정치인들은 선거철만 되면 “외국인 투표권 제한”,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박탈” 등의 공약을 내걸며 유권자들의 반외국인 정서를 자극해 왔습니다. 이러한 정책들이 실제 재정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함에도 불구하고, 마치 외국인이 국가 재정을 갉아먹는 주범인 것처럼 호도하며 혐오를 정당화했습니다.

진보 진영 역시 미중 갈등이라는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 중국 눈치를 보느라 국내 거주 중국인들의 문제나 범죄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정치적 올바름(PC)을 강조하지만, 정작 대중들의 불안 심리를 읽지 못하고 도덕적 설교만 늘어놓아 오히려 반발 심리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치가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혐오를 동력 삼아 정파적 이익을 챙기는 ‘혐오의 비즈니스’에 매몰된 것입니다.

유튜브와 커뮤니티: 가짜 뉴스의 인큐베이터

온라인 공간은 혐오의 온상이자 가짜 뉴스의 인큐베이터가 되었습니다.

유튜브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중국인이 한국의 의료보험 기금을 고갈시킨다”, “마약을 조직적으로 유통한다”, “중국 공산당이 한국 여론을 조작한다” 등의 확인되지 않은 가짜 뉴스가 사실인 양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보고 싶어 하는 혐오 콘텐츠를 끊임없이 추천하며 확증 편향을 강화합니다. 팩트 체크는 무시되고,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주장이 ‘사이다 발언’으로 칭송받는 현실입니다. 이러한 온라인상의 혐오는 오프라인에서의 직접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실제로 최근 발생한 외국인 폭행 사건의 가해자 중 상당수가 평소 반중 유튜브 채널을 즐겨 시청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었습니다.

청년 세대의 주도: 왜 그들은 분노하는가?

주목할 점은 이러한 혐오 범죄의 가해자 중 10대와 20대 청년층의 비율이 상당히 높다는 것입니다. 과거 혐오 범죄가 주로 보수적인 노년층에서 발생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입니다.

이는 청년 세대가 느끼는 경제적 박탈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가장 크기 때문입니다. 취업난과 주거 빈곤에 시달리는 청년들은 외국인들을 잠재적인 경쟁자이자, 자신들이 누려야 할 몫을 빼앗아가는 존재로 인식합니다.

또한 공정성에 민감한 이들은 외국인들이 받는 복지 혜택이나 입시 전형 등을 ‘역차별’로 받아들이며 분노합니다. 이들의 분노는 “왜 우리는 힘들게 노력해도 안 되는데, 그들은 쉽게 얻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었지만, 그 방향이 사회 구조가 아닌 약자를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극적입니다.

경제적 파장: ‘차이나 포비아’가 불러온 역풍

혐중 정서의 확산은 단순히 사회적 갈등에 그치지 않고, 경제적 손실로 이어지는 부메랑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관계 악화는 관광, 유통, 수출 등 경제 전반에 타격을 입히고 있습니다.

관광 산업의 위축과 유커의 실종

‘혐한’ 정서가 중국 내에 퍼지면서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유커)의 발길이 뚝 끊겼습니다.

명동과 제주도 등 주요 관광지는 활기를 잃었고, 면세점과 호텔, 화장품 업계는 매출 급감으로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SNS에 한국에서 겪은 차별이나 불친절한 대우를 공유하면서, “한국에 가지 말자”는 분위기가 확산된 탓입니다. 관광 업계 관계자는 “사드 사태 때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라며 울상을 짓고 있습니다. 외국인 혐오가 결국 우리 경제의 살을 깎아먹고 있는 셈입니다.

무역 마찰과 기업들의 피해

혐중 정서는 양국 간의 무역 마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한국 불매 운동이 벌어지거나, 한국 기업에 대한 제재가 강화되는 등 보복성 조치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현지의 반한 감정 때문에 사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철수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공급망이 얽혀 있는 현대 경제에서 특정 국가에 대한 맹목적인 적개심은 경제적 자해 행위나 다름없습니다. 감정적 대응이 국익에 얼마나 큰 해를 끼치는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때입니다.

외국인 투자의 감소

외국인 혐오가 만연한 나라는 투자 매력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인재 유치가 용이하고 개방적인 사회 분위기를 갖춘 곳에 투자하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한국이 ‘배타적이고 인종 차별적인 국가’라는 이미지가 굳어진다면, 외국인 직접 투자(FDI)는 감소할 것입니다. 특히 아시아의 금융 허브나 스타트업 허브를 꿈꾸는 한국에게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습니다.

충격적인 혐오 범죄 사례들: 인간성의 상실

통계 뒤에 가려진 구체적인 피해 사례들을 들여다보면, 우리 안의 괴물이 얼마나 잔혹한지 실감하게 됩니다. 피해자들은 신체적 상처보다 마음에 새겨진 모멸감과 공포를 더 힘겨워하고 있습니다.

”냄새난다”며 침 뱉고 폭행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국 동포 김 모 씨(50대)는 술에 취한 20대 남성에게 “중국 냄새난다”며 얼굴에 침을 맞고 무차별 폭행을 당했습니다.

가해자는 경찰 조사에서 “그냥 중국인이 싫어서 그랬다”고 진술해 공분을 샀습니다. 김 씨는 전치 4주의 부상을 입었지만, 그보다 더 큰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일을 그만두고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묻지마 폭행’은 피해자들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를 남깁니다.

어린이집에서의 따돌림과 차별

혐오는 아이들의 세계에도 스며들었습니다. 다문화 가정 자녀나 이주민 자녀들이 다니는 어린이집과 학교에서 “너네 나라는 더럽다”, “바이러스 옮기지 마라”는 등의 혐오 발언으로 따돌림을 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말을 그대로 모방하며 차별을 학습하고 있습니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아이들이 무심코 내뱉는 혐오 표현에 깜짝 놀랄 때가 많다”며 “가정과 미디어의 영향이 절대적”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죄 없는 아이들마저 혐오의 피해자가 되고 있는 현실은 우리 교육의 실패를 보여줍니다.

온라인 좌표 찍기와 신상 털기

온라인에서는 특정 외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이나 가게의 ‘좌표’를 찍고, 별점 테러를 하거나 악플을 다는 사이버 불링이 횡행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개인 SNS를 찾아내 신상을 털고 협박 메시지를 보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명백한 범죄 행위이지만, 익명성에 숨어 죄의식 없이 자행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은 생업을 위협받고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공포를 느끼지만, 법적 대응이 쉽지 않아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주민들의 목소리: “우리도 같은 사람입니다”

혐오의 대상이 된 이주민들은 공포와 불안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을 ‘잠재적 범죄자’나 ‘바이러스 취급’하는 한국 사회의 시선에 깊은 상처를 받고 있습니다.

”한국이 무서워요” 떠나는 유학생들

한국 문화를 사랑해서 유학 온 외국인 학생들이 혐오를 견디다 못해 짐을 싸서 떠나는 일이 늘고 있습니다. 한 중국인 유학생은 “한국 드라마를 보고 한국에 대한 환상을 가졌는데, 현실은 너무나 차가웠다”며 “길거리에서 이유 없이 욕설을 듣고 나서는 밖에 나가는 것이 무섭다”고 토로했습니다. 이들은 본국으로 돌아가 ‘반한 인사’가 되어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전파할 것입니다. 이는 공공 외교 차원에서도 큰 손실입니다.

”열심히 일했는데…” 노동자들의 한숨

한국 경제의 밑바닥을 지탱해 온 이주민 노동자들은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우리는 한국 사람들이 기피하는 3D 업종에서 묵묵히 일하며 세금도 내고 있다”며 “왜 우리가 범죄자 취급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그들은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존중받기를 원합니다. “차별 없는 세상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다”는 그들의 소박한 바람이 혐오에 짓밟히고 있습니다.

우리 안의 괴물과 마주하기

외국인 혐오 현상은 단순히 치안의 문제를 넘어,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는 한국의 미래를 위협하는 심각한 병리 현상입니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절벽 위기 속에서 외국인 인력 유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혐오와 차별이 만연한 사회에서 우수한 외국인 인재들이 한국을 찾을 리 만무하며, 이미 정착한 이주민들조차 사회에 통합되지 못하고 주변부로 밀려나 잠재적인 갈등 요인이 될 것입니다.

현실판 ‘범죄도시’? 공포가 현실을 왜곡하다

대중문화 속의 재현 방식도 문제입니다. 영화 ‘범죄도시’나 ‘청년경찰’ 등 흥행작들은 조선족 동포들이 모여 사는 대림동이나 가리봉동을 범죄의 소굴로 묘사하며 대중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주었습니다.

물론 영화적 재미를 위한 장치라 하더라도, 이러한 미디어 재현이 반복되면서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과 낙인찍기가 고착화된 측면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현실의 이웃인 외국인 노동자를 보며 영화 속의 잔혹한 범죄자를 떠올리고, 막연한 공포와 적개심을 품게 됩니다. 이는 실제 범죄율 통계와는 무관하게 ‘체감 치안’을 악화시키고,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합니다. 우리는 미디어가 만들어낸 허상과 현실을 구분하고,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혐오를 넘어 공존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혐오의 브레이크’입니다. 우선 정부와 사법 당국은 증오 범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여 엄벌해야 합니다. 혐오 발언이나 차별 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도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

교육 현장에서는 어릴 때부터 다양성과 인권 감수성을 기르는 다문화 교육을 강화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 사회의 자정 노력입니다. 혐오에 동조하거나 방관하지 않고, “차별은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외국인을 ‘그들’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의 전환 없이는, 대한민국은 고립과 증오의 섬으로 남을 것입니다.

인간다움을 지키는 길

혐오 바이러스는 결국 숙주인 우리 자신마저 파괴할 것입니다. 타인을 향한 칼날은 언젠가 우리 자신에게 되돌아오기 마련입니다.

2025년 겨울, 차가운 바람보다 더 매서운 혐오의 광풍 속에서, 우리는 인간다움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때입니다. 혐오는 결코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공존과 연대만이 우리가 함께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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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은

한지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슈와 소외된 목소리에 귀 기울입니다. 더 나은 공동체를 위한 대안을 모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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